뇌도 없는 곰팡이가 어떻게 ‘흥정’을 할까요? 땅속 균근 네트워크가 식물과 인·탄소를 사고파는 법

식물 뿌리에 붙어 사는 균근 곰팡이는 식물에게 인과 질소를 건네고 당과 지방을 받아요. 뇌가 없는데도 더 많이 주는 상대를 골라 거래하고, 값이 더 좋은 쪽으로 인을 옮기기까지 하죠. 토비 키어스의 팟캐스트 인터뷰와 관련 논문 여섯 편을 읽고 땅속 시장의 작동 원리를 정리했어요.

과학 상식 · 균근 · 땅속 생태계

과학 상식읽는 시간 약 11분출처 확인 2026-10-16 18:24
어두운 배경 위에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뻗어 나간 수지상균근 곰팡이 균사 그물
암스테르담 AMOLF 연구소에서 촬영한 수지상균근 곰팡이 균사를 색을 입혀 표현한 사진이에요. 실처럼 갈라진 선 하나하나가 균사예요.사진: Oyarte-Galvez (AMOLF) · CC BY-SA 4.0 · 원본 · 변경 없음(원본 700px 사용)

공원 잔디밭을 걷는 장면을 떠올려 볼게요. 발밑엔 풀과 흙밖에 없는 것 같죠.

그런데 그 흙 속에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곰팡이 실이 그물처럼 깔려 있어요. 이 실은 식물 뿌리와 붙어서 영양분을 주고받는 거래를 해요. 뇌도 신경도 없는 곰팡이가 누구와 얼마에 거래할지 어떻게 정하는 걸까요?

퀀타 매거진 팟캐스트에 나온 진화생물학자 토비 키어스(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인터뷰와, 인터뷰에서 언급된 연구진의 논문을 찾아 읽고 정리했어요.

⚡ 30초 요약
🌱
누구와 사나요키어스에 따르면 지구 식물 종의 80% 넘게 균근 곰팡이와 짝을 이뤄요
🔁
무엇을 바꾸나요식물은 당과 지방을, 곰팡이는 인·질소·물을 건네요
⚖️
어떻게 고르나요양쪽 모두 더 많이 주는 상대에게 더 많이 돌려줬어요(2011년 사이언스 실험)
🌍
기후와의 관계식물이 해마다 13.12Gt CO₂e를 균사로 보낸다는 추정이 나왔어요
곰팡이는 생각해서 흥정하는 게 아니라, 진화로 다듬어진 규칙대로 자원을 옮겨요. 그 결과가 시장처럼 보일 뿐이에요.

CHAPTER 1

🍄 흙 속 가는 실의 정체, 균근이에요

균근(mycorrhiza)은 곰팡이를 뜻하는 ‘마이코’와 뿌리를 뜻하는 ‘리자’를 합친 말이에요. 이름 그대로 식물 뿌리와 아주 가깝게 붙어 사는 곰팡이 무리를 가리켜요.

키어스는 인터뷰에서 지구 식물 종의 80% 넘게 이런 짝을 이룬다고 설명했어요. 이 관계가 생긴 건 약 4억 5천만 년 전이고, 물에서 살던 식물이 땅으로 올라올 때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해요.

현미경으로 본 아마 뿌리 세포 속 어두운 덩어리 모양의 수지상체들
현미경으로 본 아마(flax) 뿌리예요. 원본 설명에 따르면 뿌리 피층 세포 안에 곰팡이가 만든 수지상체가 쌍으로 들어 있는 모습이에요.사진: MS Turmel (University of Manitoba) · Public domain · 원본 · 변경 없음(1280px 미리보기 사용)

뿌리에서 늘어진 균사는 머리카락보다 가늘어서 굵기가 몇 마이크로미터밖에 안 돼요. 키어스 연구진이 주로 다루는 수지상균근 곰팡이는 중간에 칸막이가 없는 열린 관 구조예요. 그래서 지구에서 가장 큰 세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CHAPTER 2

🔁 주고받는 물건은 당·지방과 인·질소예요

거래 구조 자체는 단순해요.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든 탄소를 당과 지방 형태로 곰팡이에게 내려보내요. 곰팡이는 그 대가로 인, 질소, 물을 모아 뿌리에 건네죠.

곰팡이가 잘하는 일은 흙과 돌 속에 갇힌 광물을 녹여 꺼내는 거예요. 몸 바깥에서 소화를 하고, 세균과 힘을 합쳐 돌을 분해하기도 해요. 키어스는 그래서 ‘돌을 먹는다’는 표현까지 쓰더라고요.

규모도 상당해요. 키어스는 식물이 얻는 인의 최대 80%가 먼저 곰팡이 그물을 거쳐 들어온다고 말했어요. 우리 DNA 뼈대를 이루는 인도 거슬러 올라가면 곰팡이를 지나왔을 수 있다는 얘기예요.

🧭 그림으로 보기땅속 거래가 한 바퀴 도는 순서
식물잎에서 광합성식물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로 당을 만들어요식물→곰팡이탄소를 내려보내요당과 지방이 뿌리를 거쳐 곰팡이 관 속으로 들어가요곰팡이그물을 넓혀요곰팡이는 받은 탄소로 균사 끝을 키우며 새 땅을찾아요곰팡이광물을 모아요흙과 돌에서 인·질소, 그리고 물을 거둬들여요곰팡이→식물뿌리로 돌려줘요모은 자원이 반대 방향으로 흘러 뿌리에 닿아요
키어스 인터뷰와 2025년 네이처 논문의 설명을 바탕으로 직접 그린 도식이에요. 직접 만든 도식

CHAPTER 3

⚖️ 더 많이 주는 상대에게 더 많이 돌려줘요

그럼 아무하고나 똑같이 거래할까요? 2011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키어스 연구진의 실험이 이 질문을 다뤘어요.

연구진은 식물과 곰팡이 양쪽의 협력 정도를 일부러 조절했어요. 그러자 식물은 협력을 잘하는 곰팡이를 알아보고 탄수화물을 더 많이 줬어요. 곰팡이도 탄수화물을 더 주는 뿌리에만 영양분을 더 많이 넘겼고요.

논문은 이 관계를 한쪽이 다른 쪽을 ‘노예처럼 부리는’ 구조가 아니라고 정리했어요. 통제권이 양쪽에 다 있고, 교환 조건이 가장 좋은 상대가 보상을 받기 때문에 협력이 오래 유지된다는 거예요.

인터뷰에는 다른 사례도 나와요. 그늘에 둔 식물에게는 곰팡이가 인을 덜 보냈고, 경쟁하는 곰팡이 수에 따라 거래 방식이 달라졌어요. 반대로 광합성을 아예 하지 않고 곰팡이 그물에서 탄소를 빼 가는 난초도 있다고 해요.

CHAPTER 4

🔬 형광 나노입자로 쫓아간 인의 이동

2019년 ‘커런트 바이올로지’ 논문은 거래를 눈으로 따라가는 방법을 썼어요. 인에 서로 다른 색으로 빛나는 양자점(형광 나노입자)을 붙인 거예요.

실험은 칸이 셋으로 나뉜 페트리 접시에서 했어요. 한 칸에는 배양한 당근 뿌리를 두고 곰팡이 리조파구스 이레굴라리스를 붙였어요. 곰팡이만 건너갈 수 있는 나머지 두 칸에는 인을 90:10, 70:30, 50:50 비율로 나눠 넣었어요.

불균형이 클수록 거래가 오히려 활발해졌어요. 곰팡이는 뿌리에 넘기는 인의 총량을 늘리고, 저장하는 몫은 줄이고, 인이 많은 칸에서 적은 칸 쪽으로 자원을 옮겼어요.

연구진은 인이 적은 쪽 곰팡이가 넘긴 인 한 단위당 더 많은 이득을 얻었다고 분석했어요. 흔한 곳에선 싸고 귀한 곳에선 비싸지니, 값을 더 쳐주는 쪽으로 물건을 옮긴 셈이에요. 반면 50:50으로 고르게 나눈 접시에선 이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어요.

📋 비교표키어스 연구진의 대표 실험 세 가지
논문실험 방법찾아낸 것
2011 · 사이언스식물과 곰팡이의 협력 정도를 조절양쪽 모두 더 많이 주는 상대에게 더 많이 보상
2019 · 커런트 바이올로지인에 양자점을 붙여 90:10·70:30·50:50으로 배치불균형이 클수록 인이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이동
2025 · 네이처이미징 로봇으로 50만 개 넘는 마디를 동시 추적그물이 일정한 속도의 ‘이동하는 파도’처럼 자람
각 논문 초록과 PubMed Central 본문을 대조해 옮겼어요. 세 실험 모두 실험실 접시 안의 단순한 조건이에요. 출처: pmc.ncbi.nlm.nih.gov

CHAPTER 5

🤖 로봇이 찍은 ‘이동하는 파도’

2025년 ‘네이처’ 논문에서는 그물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통째로 찍었어요. 연구진은 접시 최대 40개를 동시에 찍는 이미징 로봇을 만들어, 곰팡이 마디 50만 개 이상을 한꺼번에 추적했어요. 관 속 흐름 궤적도 약 10만 개를 쟀고요.

결과는 ‘이동하는 파도’였어요. 맨 앞에서 빨리 자라는 균사 끝이 시간당 약 280마이크로미터 속도로 파도 앞머리를 끌고 가고, 그 뒤를 영양분을 흡수하는 그물이 따라와요. 균사끼리 이어 붙는 융합이 그물 밀도를 일정하게 맞췄어요.

관 속 흐름도 신기해요. 한 가닥 안에서 양방향 흐름이 동시에 나타났고, 초기에는 끝 쪽으로 가는 흐름이 뿌리 쪽 흐름보다 평균 30%쯤 빨랐어요. 이 차이는 약 10일이 지나면서 통계적으로 의미 없는 수준까지 줄었어요.

흐름 속도는 순간적으로 초속 20마이크로미터까지 자주 올라갔고, 드물게 초속 50~120마이크로미터로 튀는 순간도 있었어요. 한 관 안에서 두 방향 흐름이 엇갈리는 모습을 키어스는 이렇게 표현했어요.

마치 북쪽과 남쪽으로 동시에 흐르는 강 같은 거예요.

“So it’s like a river going north and south at the same time.”

— 토비 키어스 (Toby Kiers),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진화생물학자 (번역) · 원문

CHAPTER 6

🌍 기후와는 어떻게 이어질까요

2023년 ‘커런트 바이올로지’ 논문은 이 거래를 지구 규모로 계산해 봤어요. 연구진은 데이터 세트 200개 가까이를 분석해, 식물이 균근 곰팡이 균사로 보내는 탄소의 양을 처음으로 전 지구 단위로 추정했어요.

추정치는 해마다 13.12Gt CO₂e였어요. 논문은 현재 화석연료 연간 배출량의 약 36%에 해당한다고 적었어요. 곰팡이 종류별로 나누면 외생균근 곰팡이 몫이 가장 컸어요.

다만 이 탄소가 모두 땅속에 영원히 묶인다는 뜻은 아니에요. 논문은 ‘적어도 일시적으로’ 균사에 할당된다고 표현했어요. 키어스도 곰팡이가 호흡하면서 탄소 일부를 내보낸다고 말했어요. 동시에 분해가 잘 안 되는 끈적한 물질을 만들어 흙을 붙잡는 비계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어요.

연구진 스스로도 추정이 불완전하니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어요. 그래도 보수적으로 잡은 값이라, 기후 모델과 보전 정책에 균근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 차트식물이 균근 곰팡이 균사로 보내는 탄소(연간)세 유형을 합치면 13.12Gt CO₂e예요
외생균근 곰팡이9.07Gt수지상균근 곰팡이3.93Gt에리코이드 균근 곰팡이0.12Gt
Hawkins 외(2023, 커런트 바이올로지) 초록의 추정치예요. 단위는 이산화탄소 환산량(CO₂e)이고, 연구진은 불완전한 추정이라고 밝혔어요. 출처: Hawkins 외, Curr Biol 2023
약 36%
균사로 가는 탄소를 현재 화석연료 연간 CO₂ 배출량과 견준 비율

같은 논문은 육상 탄소의 약 75%가 땅 아래에 저장돼 있고, 균근 곰팡이가 토양 먹이망으로 탄소가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고 설명했어요.

출처: pubmed.ncbi.nlm.nih.gov

CHAPTER 7

🗺️ 보이지 않아서 지켜지지 않는 그물

땅속 생물은 생각보다 훨씬 많아요. 2023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논문은 지구 생물 종의 59±15%가 흙에 산다고 추정했어요. 곰팡이는 종의 90%가 흙에 살아서, 애지렁이류(98.6%) 다음으로 비율이 높았어요.

문제는 이 그물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 몰랐다는 거예요. 2025년 ‘네이처’ 논문은 흙 시료 2만 5천 개와 곰팡이 DNA 서열 28억 개 이상으로 기계학습 모델을 훈련해 균근 다양성 지도를 만들었어요.

지도를 보호구역과 겹쳐 보니, 다양성이 높은 핫스폿 가운데 보호구역 안에 있는 곳은 10%도 안 됐어요. 키어스가 2021년 땅속 네트워크 보호 협회(SPUN)를 세운 것도 이런 그물을 지도로 그리고 보호를 호소하기 위해서였어요. 인터뷰 기준으로 약 140명의 ‘언더그라운드 익스플로러’가 세계 곳곳에서 흙을 채취하고 있다고 해요.

CHAPTER 8

💬 제 생각에는, ‘시장’은 비유이면서 꽤 좋은 설명서예요

💬 제 생각에는 · 개인 의견

제 생각에는 이번 자료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흥정’이라는 말이 생각 없이도 성립한다는 점이에요. 곰팡이에겐 계산할 뇌가 없어요. 그런데도 값을 더 쳐주는 쪽으로 인을 옮기니, 결과만 보면 영락없는 장사꾼이죠.

개인적으로는 키어스가 ‘벌’ 대신 ‘차별’이라는 단어를 고집한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의인화는 이해를 돕지만, 선을 넘으면 곰팡이에게 없는 의도를 덧씌우게 되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경제 용어를 쓰되 이게 비유라는 걸 잊지 않는 태도가 이 분야를 읽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에요.

여러분은 발밑 흙을 ‘죽은 흙’으로 보시나요, 아니면 거래가 한창인 시장으로 보시나요? 보호구역 지도에서 땅속이 빠져 있었다는 결과를 보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일부터가 보전의 시작 같아요.

숫자로 보기

13.12Gt CO₂e
식물이 해마다 균근 곰팡이 균사로 보내는 탄소 추정치
출처: pubmed.ncbi.nlm.nih.gov
50만 개 이상
이미징 로봇이 동시에 추적한 곰팡이 그물 마디 수
출처: pmc.ncbi.nlm.nih.gov
59±15%
흙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구 생물 종의 비율
출처: pmc.ncbi.nlm.nih.gov
10% 미만
보호구역 안에 있는 균근 다양성 핫스폿 비율
출처: pmc.ncbi.nlm.nih.gov

궁금한 점

균근 곰팡이는 식물에 해로운 곰팡이인가요?

아니에요. 식물에게 인·질소·물을 건네고 당과 지방을 받는 공생 관계예요. 키어스에 따르면 지구 식물 종의 80% 넘게 이런 짝을 이뤄요. 다만 곰팡이 그물에서 탄소를 빼 가는 난초처럼 거래를 이용하는 쪽도 있어요.

곰팡이가 정말 생각해서 거래하는 건가요?

그렇게 보긴 어려워요. 키어스는 ‘결정’ 같은 단어가 의도를 가진 것처럼 오해를 줄 수 있다며, 정보 처리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고 했어요. 진화로 유전자에 새겨진 전략이 시장 같은 결과를 낸다고 보는 게 정확해요.

균근 곰팡이가 탄소를 영원히 땅에 가둬 주나요?

꼭 그렇진 않아요. 2023년 논문은 13.12Gt CO₂e가 ‘적어도 일시적으로’ 균사에 할당된다고 표현했고, 곰팡이도 호흡으로 일부를 내보내요. 연구진은 추정이 불완전해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어요.

양자점 실험에서 인은 왜 적은 쪽으로 옮겨졌나요?

인이 적은 칸에서 거래한 곰팡이가 넘긴 인 한 단위당 더 많은 이득을 얻었기 때문이에요. 연구진은 귀한 곳에서 인의 값이 올라가니, 값을 더 쳐주는 쪽으로 자원을 옮긴 것과 같은 결과라고 해석했어요.

이미지 출처·라이선스
  • 어두운 배경 위에 파란색과 초록색으로 뻗어 나간 수지상균근 곰팡이 균사 그물 — Oyarte-Galvez (AMOLF), CC BY-SA 4.0, commons.wikimedia.org (변경 없음(원본 700px 사용))
  • 현미경으로 본 아마 뿌리 세포 속 어두운 덩어리 모양의 수지상체들 — MS Turmel (University of Manitoba), Public domain, commons.wikimedia.org (변경 없음(1280px 미리보기 사용))

이 글은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정리했고, 참고 자료 원문은 2026-10-16 18:24 (KST)에 확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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