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아브릭 로마니 바위그늘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쓰던 창, 나무껍질 쟁반, 곤봉 모양 도구의 ‘빈 거푸집’이 확인됐어요. 나무는 썩어 사라졌는데 어떻게 모양이 남았는지, 무엇이 나왔고 어디까지가 추정인지 논문과 연구소 발표로 정리했어요.
역사 · 선사시대 · 네안데르탈인

박물관 선사시대 전시실을 떠올려 볼게요. 진열장은 거의 돌로 된 주먹도끼와 뗀석기로 채워져 있죠. 그래서 옛사람들이 돌만 다뤘을 것 같은 인상을 받기 쉬워요.
그런데 나무는요? 나무는 흙 속에서 금방 썩어서 유적에 거의 남지 않아요. 남지 않으니 연구도 어렵고요. 네안데르탈인은 나무로 무엇을 만들었을까요?
스페인 카탈루냐 연구진이 2026년 10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낸 논문과 카탈루냐 인류고생태·사회진화연구소(IPHES-CERCA)의 발표 자료를 읽고 정리했어요.
CHAPTER 1
🪵 나무 도구는 왜 유적에서 잘 안 보일까요
돌은 수만 년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요. 반면 나무, 가죽, 식물 섬유 같은 유기물은 습기와 미생물에 분해돼 사라지죠. 논문도 첫 문장에서 유기물이 유적에 거의 보존되지 않아 나무 기술이 잘 기록되지 않았다고 짚어요.
그래도 단서는 있어요. 논문에 따르면 석기에 남은 사용 흔적을 분석한 연구들은 나무를 다룬 역사가 적어도 200만 년 전까지 올라간다고 봐요. 침팬지도 막대의 껍질과 잔가지를 벗겨 도구로 쓰죠.
실제 나무 유물이 남은 곳은 손에 꼽혀요. 독일 쇠닝겐과 레링겐의 나무 창, 이탈리아 포제티 베키의 땅파기 막대가 대표적이에요.
CHAPTER 2
⛰️ 아브릭 로마니는 어떤 곳일까요
아브릭 로마니는 바르셀로나주 카펠라데스에 있는 바위그늘이에요. 바위그늘은 절벽 아래가 처마처럼 움푹 들어간 지형이에요. 동굴보다 얕지만 비와 바람을 피하기 좋아요.

논문에 따르면 이 유적은 1909년에 발견됐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발굴은 1983년에 시작됐어요. 바위그늘 면적은 약 300㎡이고, 발굴 구덩이에서 약 20m 두께의 퇴적층이 약 1만 5천 년에 걸쳐 쌓인 것이 확인됐어요.
퇴적이 빨라서 사람이 머문 층과 아닌 층이 또렷하게 갈라져 있어요. 그래서 층마다 화덕, 석기, 동물 뼈, 나무가 같은 자리에서 함께 나와요. 숯을 분석해 보면 90% 넘게 구주소나무(스코틀랜드소나무)였다고 해요.
CHAPTER 3
🧪 썩은 나무가 ‘빈 틀’로 남은 원리
비밀은 트래버틴이에요. 탄산칼슘이 녹아 있는 물이 흐르면서 돌처럼 굳어 쌓인 석회암이죠. 이 절벽은 그 트래버틴으로 이뤄져 있어요.
사람이 두고 간 나무 위로 이런 물이 흐르면 표면에 탄산칼슘이 덧입혀져요. 산소가 적은 상태에서 안쪽 나무가 천천히 썩고, 결국 나무 모양 그대로의 빈 공간만 남아요. 붕어빵 틀에서 붕어빵만 빠진 모습과 비슷해요.
논문에 따르면 이 자국은 해상도가 꽤 높아서, 경우에 따라 나무 세포 구조까지 알아볼 수 있어요. 연구진은 자국을 세 가지로 나눠 기록했어요. 그냥 나무 자국, 불에 그을린 나무 자국, 그리고 5cm보다 큰 숯 조각이에요.
CHAPTER 4
🔎 597점 가운데 사람이 만든 13점
연구진은 6만 2천~4만 년 전으로 연대가 매겨진 16개 층에서 나무 자국과 숯이 된 나무 597점을 정리했어요. 가장 많이 나온 곳은 R층(140점), O층(113점), P층(101점)이었어요.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점이 있어요. 597점 대부분은 줄기, 가지, 뿌리, 장작 더미예요. 모양, 가공 흔적, 놓인 위치까지 따져서 네안데르탈인이 손댄 물건으로 본 건 13점이에요.
장작도 그냥 넘길 자료는 아니에요. 장작은 대개 바위그늘 안쪽 벽 가까이나 바깥쪽에 모여 있었고, 가장 긴 통나무는 7.2m에 이르렀어요. 연구진은 나무 크기에 따라 모으고 나르는 방식이 달랐다고 봐요.
이 가운데 네안데르탈인이 만들거나 쓴 것으로 본 물건은 13점이에요. 나머지는 대부분 자연적인 나무나 장작이에요.
출처: pmc.ncbi.nlm.nih.gov| 분류 | 물건 | 개수 | 나온 층 |
|---|---|---|---|
| 가정용품 | 나무껍질 쟁반 | 4점 | H층 3점, O층 1점 |
| 구조물 | 엇갈린 막대(높은 받침대 추정) | 1점 | I층 |
| 구조물 | 가지를 다듬은 긴 막대 | 1점 | N층 |
| 도구 | 쪼개 뾰족하게 깎은 나무 | 1점 | D층 |
| 도구 또는 구조물 | 크고 뾰족한 나무 | 1점 | J층 |
| 도구 | 휘어진 땅파기 막대 | 1점 | O층 |
| 도구 | 뾰족한 막대 | 1점 | R층 |
| 무기 | 나무 창 | 2점 | R층 |
| 도구 또는 무기 | 곤봉 모양 나무 도구 | 1점 | P층 |
CHAPTER 5
🗡️ 창, 쟁반, 그리고 짝이 없는 곤봉
가장 눈에 띄는 건 R층의 창 두 자루예요. 하나는 길이 2.45m로, 연구진은 가까이에서 찌르는 창으로 해석했어요. 다른 하나는 세 조각으로 부러진 채 1.99m가 남아 있었고, 부러진 뒤 버려졌을 가능성이 있대요.
창이 나온 R층 구역에서는 뿔이 달린 붉은사슴 수컷 머리뼈 세 개가 한곳에 모여 있었어요. 연구진은 뿔이 남은 걸 보고 가을이나 겨울에 사냥했을 거라고 봤어요. 다만 뼈에 창 자국이 직접 남은 건 아니에요.
H층과 O층에서는 숯이 된 나무껍질 조각 4점이 나왔어요. 길이는 30~55cm 정도이고 가운데가 오목해요. 연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얕은 그릇 ‘쿨라몬’을 예로 들며, 음식을 나르거나 재를 퍼 담는 데 썼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해석했어요.
P층의 곤봉 모양 도구는 연구진이 가장 특별하게 꼽은 물건이에요. 손잡이는 길이 16cm, 머리 부분은 높이 14.2cm의 뾰족한 삼각형이에요. 표면에 긁어 다듬은 평행한 줄무늬가 남아 있었어요.

CHAPTER 6
🔨 곤봉은 왜 특별할까요
논문은 이 물건이 구대륙 선사 기록에서 비슷한 짝을 찾을 수 없다고 적었어요. 구석기 나무 곤봉은 지금까지 잠비아 칼람보 폭포에서 나온 약 40만 년 전 것 하나가 ‘가능성 있는 사례’로 보고됐을 뿐이에요.
모양을 보면 공이 많이 들었어요. 손잡이 끝이 살짝 굵은데, 민족지 자료에서 휘두르거나 당길 때 손에 단단히 쥐려는 도구에 보이는 특징이래요. 손잡이와 머리 사이는 90°로 꺾여 있어 손을 보호하는 턱 역할을 했을 수 있대요. 머리는 끝으로 갈수록 얇아져요.
그럼 무엇에 썼을까요? 연구진은 땅을 파기에는 비대칭이 심하고 끝이 뾰족해 불편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무언가를 내리치는 도구 쪽에 무게를 두지만, 가죽이나 식물 섬유를 다루는 데 썼을 가능성도 열어 뒀어요. 겉에 탄 흔적은 일부러 단단하게 하려고 불에 그을린 게 아니라, 버려진 뒤 우연히 불에 닿은 것으로 봤어요.
아브릭 로마니가 특별한 건, 보통은 사라지는 것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화덕도, 석기도, 그들이 손질한 동물도, 그리고 나무도 있어요.
“What is extraordinary about Abric Romaní is that we can see things that usually disappear. We have the hearths, the stone tools, the animals they processed, and also the wood.”
CHAPTER 7
🔥 집처럼 쓰인 공간의 흔적
I층에서는 두꺼운 화덕 위에 곧은 막대 세 개의 자국이 겹쳐 있었어요. 가장 온전한 막대가 170cm예요. 연구진은 음식 손질과 관련된 높은 받침대의 일부였을 수 있다고 봤어요.
N층의 긴 막대는 510cm나 되는데 곁가지가 하나도 없었어요. 일부러 가지를 쳐낸 흔적으로 봐요. 이 막대는 바위그늘 가장 안쪽, 화덕 다섯 개가 18㎡ 넓이에 늘어선 곳에서 나왔어요.
이 구역에는 다른 유물이 거의 없어서 잠자고 쉬는 공간으로 해석돼 왔어요. 연구진은 벽과 막대가 기대 선 단순한 삼각형 구조, 그러니까 바람막이나 작은 움막을 떠올렸어요. 막대 하나만 남은 건 나머지 재료가 보존되지 않았기 때문일 거라고 봤고요.
CHAPTER 8
💬 제 생각에는, 돌만 보던 시선이 바뀌는 계기예요
💬 제 생각에는 · 개인 의견제 생각에는 이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네안데르탈인도 나무를 썼다’는 사실 자체보다, 한 바위그늘에서 수만 년 동안 나무가 꾸준히 쓰였다는 걸 보여 줬다는 데 있어요. 연구소 발표도 나무가 가끔 쓰는 재료가 아니라 일상의 일부였다고 정리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쟁반 이야기가 가장 와닿았어요. 창이나 곤봉은 사냥과 싸움을 떠올리게 하지만, 화덕 옆 나무껍질 그릇은 밥을 나르고 재를 치우는 평범한 하루를 떠올리게 하거든요.
여러분은 박물관에서 뗀석기를 볼 때 그 옆에 있었을 나무 손잡이나 그릇을 상상해 본 적 있으세요? 제가 보기에는 사라진 재료까지 머릿속에 채워 넣어야 선사시대의 생활이 제대로 그려지는 것 같아요.
CHAPTER 9
🧩 아직 남은 질문
사람이 만든 물건은 13점으로 많지 않아요. 연구진도 나무껍질 쟁반이 자연스럽게 떨어진 껍질 조각과 구별하기 어렵다고 인정했어요. 크기가 비교적 크고 고르며, 화덕 옆에서 나왔고, 다른 물건과 달리 향나무 껍질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고요.
트래버틴 틀 안에 있어서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보기도 어려웠어요. 그래도 연구진은 알맞은 굵기의 가지나 줄기를 고르고, 곁가지를 쳐내고, 껍질을 벗기고, 긁어서 끝을 다듬는 순서를 추려 냈어요.
곤봉 모양 도구와 창 두 자루, 이렇게 세 점은 3D 모델로 만들어 공개 저장소에 올렸어요. 발굴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서, 더 아래층에서 무엇이 나올지가 다음 궁금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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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흐름
- 1909년아브릭 로마니 유적 발견
- 1983년지금까지 이어지는 체계적 발굴 시작
- 2011년 발굴P층에서 곤봉 모양 나무 자국 확인(유물 번호 AR11)
- 2024~2025년 발굴가장 아래 발굴층인 R층에서 나무 창 자국 확인(유물 번호 AR24·AR25)
- 2026년 10월 9일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나무 유물 597점 종합 분석 논문 게재
궁금한 점
나무가 남은 건가요, 자국만 남은 건가요?
대부분은 자국이에요. 나무를 감싼 탄산칼슘이 굳은 뒤 나무가 썩어 빈 공간만 남았어요. 쟁반처럼 숯이 돼서 실물 조각이 남은 경우도 일부 있어요.
이 유적에서 처음으로 네안데르탈인의 나무 도구가 나온 건가요?
아니에요. 독일 쇠닝겐·레링겐의 나무 창, 이탈리아 포제티 베키의 땅파기 막대 등이 이미 알려져 있어요. 이번 연구는 생활 공간에서 오랜 기간 쓰인 나무 기록을 한꺼번에 정리했다는 점이 달라요.
곤봉은 정말 무기였나요?
확실하지 않아요. 연구진은 내리치는 도구에 가깝다고 보지만 가죽이나 식물 섬유를 다루는 데 썼을 가능성도 열어 뒀어요. 비교할 만한 구석기 사례가 거의 없어서 용도를 단정하기 어려워요.
어떤 나무를 주로 썼나요?
대부분 구주소나무 계열이에요. 논문은 이 나무가 단단하면서도 다루기 쉽고 송진이 많아 습기에 강하다고 설명해요. 쟁반은 예외적으로 향나무 껍질이었어요.
- Neanderthal woodworking at Abric Romaní: Insights into the role of wood in a Middle Palaeolithic domestic context (Science Advances 12(41), PMC 전문) — PubMed Central / Science Advances (확인 2026-10-13)
- The Neanderthal world was made of wood, too (IPHES-CERCA 보도자료) — IPHES-CERCA (확인 2026-10-13)
- Crossref 서지 정보: doi 10.1126/sciadv.aeh2287 — Crossref (확인 2026-10-13)
- Impressions of Wooden Neanderthal Tools Found in Spain — Archaeology Magazine (확인 2026-10-13)
- 스페인 카펠라데스의 아브릭 로마니 발굴 현장. 석회질 퇴적층 벽 앞에 눈금 막대가 세워져 있다 — Teogomez, CC BY-SA 4.0, commons.wikimedia.org (변경 없음(1280px 미리보기 사용))
- 아브릭 로마니 발굴 현장 전경. 석회질 벽 아래 움푹한 공간과 발굴용 나무 발판이 보인다 — 120 / V. Mourre, CC BY-SA 3.0, commons.wikimedia.org (변경 없음)
- 손잡이와 뾰족한 삼각형 머리 부분이 있는 나무 도구 복제품. 아래에 0~100mm 눈금자가 있다 — Thilo Parg, CC BY-SA 4.0, commons.wikimedia.org (변경 없음(1280px 미리보기 사용))
이 글은 AI 도구의 도움을 받아 정리했고, 참고 자료 원문은 2026-10-13 18:23 (KST)에 확인했어요.